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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직업상 매일 아침 여러 개의 신문을 읽는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신문의 사회면 기사를 읽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중에 덮어버렸다. 인터넷에서 벌써 ‘10대 오원춘’으로 불리는 피의자(19)가 자백했다는 용인 엽기살인사건 범행 묘사 때문이었다. 어린 피해 여성(17)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인데, 신문이 이래도 되나 싶게 지나치게 장황하고 자세히 그렸다. 이건 아니다.

 똑같은 잘못을 범할 위험을 피해 두 대목만 인용한다. ‘사용하던 칼이 부러지자’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게다가 몇 조각이었느니, 몇 ㎏이었느니 하는 말을 꼭 넣어야 했나.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나만 중간에 신문을 덮은 게 아니었다. 대문짝만 하게 보도한 몇몇 신문과 달리 중앙일보가 표현을 절제하고 1단짜리 기사로 처리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인류가 수천 년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느낌까지 받는다. 사람만이 희망이라 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소리들이 죄 공염불 아닌가. 나는 성선설(性善說)보다 성악설(性惡說) 편이다. 실망이 덜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읽은 논픽션이 떠오른다. 고교 1학년생이 동급생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범행 동기가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어서’였다. 피해자 가정은 무너졌지만 정작 범인은 소년원 출소 후 학업을 이어갔고, 변호사가 된다.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난 변호사는 거꾸로 “돈이 필요하냐”며 모욕을 준다(오쿠노 슈지,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이래저래 나는 사형제 폐지론에도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용인 사건 피의자는 “잔인하게 살해하는 공포영화를 즐겨 본다”고 말했다. 영화나 TV가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1945~75년 사이에 TV방송이 있던 미국·캐나다와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살인 범죄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모두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면 매스컴들은 ‘범죄가 날로 급증하고 흉포해진다’며 떠들썩하지만, 이창무 교수(한남대 경찰행정학과)는 “범죄 신고율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993년 발생한 국내 범죄(135만6000건)에 비해 2002년(197만7000건)은 46%나 늘었지만 그동안 신고율이 100%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줄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이창무, 『패러독스 범죄학』). 높아진 신고율의 일등공신은 휴대전화 보급이라고 이 교수는 추정한다. 그렇다면 끔찍함에 치를 떨지언정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최소한 남의 비극에 청소동물처럼 꾀어들어 상처를 덧내는 일만은 피해야겠지만 말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기사 원문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3/07/12/11649409.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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